2019 전성기 리서치. 이번 주제는 ‘퇴직한 다음 날’입니다. 대한민국 중년에게 퇴직은 어떤 의미일까요?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공동으로 2019년 오늘을 사는 중년들의 퇴직 후 삶을 조사해 의미 있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.
1, 2편에 이어 3편에서는 퇴직한 이후 퇴직자들은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짚어봤습니다.
Q. 퇴직 후 생활에 어느 정도 동의하나요?(5점 만점)
여성이 남성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길 원한다
→ 퇴직 후 생활 중 ‘배가 나오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’라는 말에 가장 많이 동의했다. 건강관리에 힘쓰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. 주목할 점은 여성이 남성보다 혼자 있길 원한다는 점이다.
Q. 퇴직한 직후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?
퇴직 후 해야 할 일 1순위는 휴식과 재충전이다
→ 연령별로 분석하면 45~54세는 휴식과 재충전을, 55세 이상은 취미나 활동 찾기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. 45~54세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재충전 시간으로, 55세 이상은 앞으로의 삶을 재미있게 보낼 뭔가를 발견하는 시간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.
Q. 퇴직 후 생활이 어떻게 변화했나요?
퇴직한 남성은 자발적으로 가사일에 참여하는 횟수가 늘었다
→ 퇴직 후 생활 변화를 묻는 질문에서는 남성이 설거지, 청소 등 자발적으로 가사일에 참여하는 횟수가 늘어난 점이 눈길을 끈다. 남성은 또 ‘가족구성원들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’ ‘모임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다’ ‘명함이 없어서 아쉬울 때가 있다’에 높은 점수를 줬다.
Q. 명함이 없어서 아쉬울 때가 있다?(5점 만점)
워커홀릭형과 재학생형은 ‘명함’을 원한다
→ 자기개발과 일에 관심이 많은 워커홀릭형과 재학생형은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명함을 원했다. 뭔가 하고 있는 것에서 존재 이유를 찾고 이를 통해 남에게 보여지길 원하는 두 유형의 특징을 보여주는 결과다. 한편 모임의 중심에서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핵인싸형은 배우자와 함께하는 활동을 늘리는 것에도 매우 긍정적이었다.
Q. 유형에 따라 퇴직 후 느낀 기분은 어떻게 다른가요?
관계 지향적인 사람일수록 퇴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
→ 유형별로 퇴직 당시의 기분을 분석하면 핵인싸형과 꽃보다집형은 후련함을, 워커홀릭형과 청산별곡형은 상실감을 크게 느꼈다. 즉 관계나 취미 지향적인 사람일수록 퇴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고, 일 지향적인 사람일수록 퇴직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.
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난도 교수는 퇴직한 다음 날 꼭 필요한 것으로 명함을 꼽았다. 회사나 직급이 빠진 대신 나를 드러내는 인생 명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. 예를 들어 ‘아마추어 당구선수’ ‘등산 애호가’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취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명함을 만드는 것이다. 김 교수는 “은퇴했더라도 자기정체성을 보여주는 명함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”고 강조했다.
Q. 유형별 행복도 변화는?
퇴직 이후 행복 지수는 관계가 결정한다
→ 핵인싸 · 꽃보다집형은 재직 중보다 현재 행복도가 높아진 반면, 청산별곡 · 워커홀릭· 재학생형은 재직 중보다 현재 행복도가 낮았다. 특히 청산별곡형은 퇴직으로 인한 ‘행복의 낙차’를 가장 크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. 반면 핵인싸형은 행복도가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. 앞으로의 행복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유사한 답변이 나왔다. ‘갈수록 더욱 행복해지는 것 같다’는 응답은 핵인싸형(32%)이 가장 많았고, ‘나이 들면서 행복할 일들이 줄어드는 것 같다’는 응답은 워커홀릭형(31%)이 상대적으로 가장 많았다.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“일이 아니라 관계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행복도가 높게 나타났다”며 “노후의 행복 역시 관계에서 온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”라고 풀이했다.
기획 이인철 사진 셔터스톡